2024. 6. 19. 02:47ㆍ아동학대
지난 17일 방송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구의동 고3 존속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특히 이날 방송에는 피의자 지모씨와 그의 아버지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이미 2014년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모씨는 가정을 꾸며 두 아이의 아빠임을 밝히고 당시 범행에 대한 최초의 심경 고백도 하여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사건을 살펴봅니다.
개요
2011년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의동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입니다.
배경 - 문제적 어머니
범인 지모 군의 어머니는 자신이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74년에 어머니, 즉 지 군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편부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평소 자신의 아버지, 즉 지 군의 외할아버지는 남동생만을 지나치게 편애하고 자신은 무시하며 구박을 했다고 합니다. 공부를 잘했음에도 외할아버지는 딸을 차별하며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의 도움 없이 야간 고등학교를 힘들게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지 군의 어머니는 신혼 초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자살하겠다고 말하거나 "나는 소중하기 때문에 찬물에 손을 넣을 수 없다. 당신이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해라", "보통 차를 사면 남들이 무시하기 때문에 고급 차를 사야 한다"라고 강요했다고 합니다. 지 군의 아버지는 이런 아내가 부담스러워 집 밖을 겉돌다가 결국 가출하고 이혼 소송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에 극단적으로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범인 지 군은 범행 당시 18세,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하루 16시간 동안 공부를 하기도 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TOEIC 900점을 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전국 석차 4500등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6년에 부모가 별거하고 이혼 소송에 들어가면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서울대 법대에 가라.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다",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라고 강요하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전교 2등을 했을 때는 "니가 1등이 아닌데? 1등에게 졌는데?"라고 혼내며 매를 때렸고, 전교 1등을 했을 때는 "전국에 중학교가 몇 개인데? 5000개가 넘어. 5000등으로 만족할 거야?"라며 잔소리를 하고 매를 때렸습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녁 식사를 주지 않았으며, 야구방망이나 홍두깨로 체벌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은 2008년에 로스쿨로 전환하여 모집을 중단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자녀의 진로에 관심이 있는 부모였다면 2011년에 대입시험을 보는 자녀에게 서울대 법대 진학을 운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과 시험 점수에만 관심이 있었고, 적성에 맞는 진로 상담이나 공부의 어려움에 대한 고충을 들어주는 등 격려와 도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건 발생 1년 전인 2010년에는 컴퓨터에서 음란 동영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아들을 찾아가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살해되기 전 날에도 10시간을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잠도 못 자게 하며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고 합니다. 지 군의 온몸이 멍으로 가득했고, 엉덩이가 짝짝이였으며 한쪽 귀에서는 난청과 이명 증상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뺨을 때리다 고막이 파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 군의 아버지도 인터뷰에서 "아들이 7살 때 한여름에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걷어보니 온몸에 퍼렇게 멍이 들었더라. 아내가 나에 대한 증오를 아들에게 표출한 것 같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고모도 "조카가 '엄마한테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틀을 굶기고 잠을 안 재우니 '엄마가 없어야 내가 산다'고 비정상적인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엄마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져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조카에게 엄마는 거역할 수 없는 존재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왕십리동 방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다시 일어난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이었고, 피의자가 가정 폭력을 행사했던 점까지 닮아 세간에서는 가정과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가해자가 무고한 사람까지 큰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참작 여지가 부족했습니다.
범인 지 군의 요청으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으며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최후 진술에서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우는 등 자신의 살인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해자가 그동안 범인에게 한 짓을 감안하면 동정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지만, 지 군 스스로 후회하며 어머니가 그립다는 말을 한 것은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아버지는 자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버지도 큰 피해를 입었던 입장이었습니다. 자식이 살인자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 사건은 부모의 삐뚤어진 애정이 부른 참극에 가깝습니다.
지 군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신혼 초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고, 아들에게는 극단적인 성적 집착과 학대를 가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 군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폭력 속에서 자라나 결국 끔찍한 사건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가정 내 폭력과 부모의 잘못된 애정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개
지 군은 어느덧 고3이 되면서 체벌이 더욱 심해졌고, 밥을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는 학대까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잠을 못 자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3월 14일 '학부모 방문의 날'을 앞두고 어머니가 학교에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지 군은 전국 4000등을 62등으로 고친 것이 들키면 더 무서운 체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지 군은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오전 11시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라는 공포감에 범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온 지 군은 안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의 왼쪽 눈을 찔렀으나 어머니가 저항하자 목을 졸랐습니다. 어머니는 "XX야, 이러면 너 정상적으로 못 살아"라고 했으나 지 군은 "엄마는 몰라, 엄마는 내일이면 나를 죽일 거야.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나를 죽일 것 같아서 그래. 엄마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미안해."라고 말하며 다시 흉기를 집어들고 어머니의 목을 2번 찔러서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습니다.
이후 지 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그대로 안방에 방치했고, 여름이 되어 구더기가 일고 냄새가 나자 공업용 본드로 안방의 문 틈새를 완전히 봉인하여 밀폐했습니다. 지 군은 어머니의 시신을 안방에 놔두면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기 때문에 누구도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웃과 친지들에게는 '어머니도 가출했다'고 둘러댔습니다. 하지만 살해 후 집에서 자면 악몽을 꾸는 것이 두려워 학교에서 자는 등 학업에 급격히 소홀한 모습을 보여 여자친구를 걱정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8개월 동안 지 군은 시체를 숨겼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라면을 끓여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후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와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으나 여자친구에게 '네가 나를 안 만나면 난 너의 앞에서 죽어버릴 것'이라는 섬뜩한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 군은 평범하게 지내면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보았습니다. 고모는 "수능을 본 것도 뻔뻔해서 그런 게 아니다. 수능을 며칠 앞두고 학교에서 '수험표를 안 받아갔다'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다그치니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치러 갔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소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3등급의성적을 거두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버지에게 발각
지 군의 아버지는 별거 이후 매달 약 100만 원의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6월경, 아버지가 지 군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을 때 지 군은 이웃과 친지들에게 '가출했다'고 둘러대며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때로는 '해외여행을 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1월 초, 이혼 소송을 진행하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면서 2004년 이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상함을 느낀 아버지는 평소 왕래가 없던 집을 5개월 만에 찾아왔습니다. 11월 22일,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이상한 악취를 맡았고, 지 군이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안방 문이 본드로 막혀 있는 것을 보고 더욱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119 소방대에 연락해 문을 열고 들어갔고, 결국 어머니의 사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지 군은 현관에서 웅크리고 앉아 울며 아버지에게 "아빠,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릴 거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지 군은 23일 경찰에 체포되었고,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 군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해 24일 구속했습니다. 유치장에서 지 군은 아버지에게 "사식으로 피자를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충격의 현장검증
11월 25일 오후, 약 40분간 현장 검증이 진행되었습니다. 지 군은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했으며, 현장에서 위조된 성적표와 혈흔이 묻은 바지가 발견되었습니다.
판결
재판에서 지 군에게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의 부정기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관은 '어머니로서 피해자를 동정한다'는 발언을 했으나, 이는 판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집행유예도 검토되었으나, 2012년 여름이 끝나갈 때쯤 피고인과 검찰이 쌍방 항소를 했지만 9월 6일 기각되었습니다. 검사 측도 15년형을 다시 구형했으나 마찬가지로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존속살해인 본 사건의 경우, 일반 살인과는 달리 최저형량이 7년임에도 불구하고 3년형이 선고되어 박기서 사건 이후 널리 알려진 살인 사건 중 최저형량 미만이 선고된 사례가 되었습니다.
후일담 -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 군
2011년 구속 기소된 이후 형량 기간이 합산되어, 지 군은 2014년 11월 24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출소 후 지 군은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 두 명을 낳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살인범과 결혼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기피될 일인데도 여자친구가 지 군과 결혼한 것을 보면, 그녀가 지 군의 상황을 잘 이해해 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지 군이 범행 직후 바로 경찰에 자진 신고하여 자수했다면, 집행유예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극단적인 심리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가족 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모쪼록 지군이 과거를 잊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굳건하고 담대하게 지내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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